지나가던 개발(zigae)

2년만에 돌아온 2023년 회고

2022년 1월 2일 • ☕️ 6 min read

2021

어느덧 개발을 시작한 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중 올해는 개발을 시작한 이후 가장 변곡점이 많은 해였기에 2021년 회고를 작성하고자 한다.

개발자라면 누구나 개발자로서 한걸음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필자는 2021년 한 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실패와 회고” 로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본문은 한해 동안 실패와 회고를 통해 성장하는 주니어 개발자의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루비콘(Lubycon)

이미 루비콘 활동에 대한 회고글을 작성한 바가 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방향으로 작성 하고자한다. 루비콘 활동은 개발자라는 삶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주었다. 이 즈음 필자는 개발을 하지 않으면 뒤쳐진다 생각해 퇴근 후 새벽까지 개발을 하면서도 부족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개발자는 적자생존이라며 동일한 노력을 주변 지인에게 강요 하고 다녔다. 이것이 주니어 개발자라면 당연히 갖추어야할 자세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와 버렸다. 번아웃이.. 육체적인 한계 보다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과 동시에 찾아온 것 같다. 그리고 필자가 주변에 전파한것은 번아웃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함께 했다. 하지만 습관이 되어버린건지 마음한켠 불안감이 있던 중 루비콘 모집글을 보았고, 일을 벌려 놓으면 뭐라도 하리라는 막연한 생각에 무작정 지원했다.

멘토링

멘토링에서 환상의 개발자를 영접하게 되었다. 환상의 동물에게 소원 빌듯이 나는 수많은 질문과 고민을 털어놓았다. 답변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항상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꾸준히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성장이다” 라는 답변을 들었고 필자의 사고 회로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여태 노력에 대한 결과가 성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 성장을 만들어 낸다 생각한다. 그리고 과정은 실패로부터 시작한다. 본문 첫 단락에서 이야기 했던 실패와 회고하는 방법을 일깨워준 곳이 루비콘이다. 왜 이렇게 불안했을까? 당시에는 단순히 성장에 대한 갈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성장에 대한 갈망보다 “이 길이 과연 옳은 길인가”로 부터 온 불안감이었던 것 같다.

정말 뜻 깊은 활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누군가로부터 항상 인사이트를 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날 받기만 하다보니 필자 역시 누군가에게 멘토가 될 수 없을까 고민이 들었다. 멘토분들을 멘토 할 순 없기에 언젠가 이 선한영향력을 전파하는 것에 함께 하고자 결심했다.

그 이후

루비콘 멘토링은 아쉽게도 더 이상 모집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조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현재 프라이빗하게 움직이고 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들과 함께 개발을 한다거나 다양한 분들과 모각코(모여서 각자 코딩)를 하는 등.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여러모로 멘토는 대단하기 때문에 필자의 마음대로 롤모델 삼고 여전히 배우고자 하고 있다. 🙇🏻‍♂️

블로그

본래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몰래 운영하고 있었다. 작성된 글은 간단한 에러 수정 법, 짧은 TIL이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블로그보다 개인 노트에 가까웠다. 블로그를 공유하거나 프로필에 기재해두지 않았는데 이유는 스스로 부족하다 여겼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글을 꾸준히 쓰지 않게 되었고 블로그는 TIL의 본질(꾸준함)을 잃어갔다. 변명을 해보자면 개발이 익숙해지는 단계에는 매일매일이 새롭고 배움이기에 TIL 작성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점점 배우는 것은 사전적 정답이 없고, 추상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TIL은 W(Week)IL, M(Month)IL이 되어 갔다.

이 시기에 개발자라는 직업의 인기가 차츰 늘어나며 학원 또는 미디어를 통해 TIL 작성을 마치 필수 소양인 양 얘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많은 개발자 또는 개준생(개발자준비생)들이 글을 꾸준히 작성하는 모습은 심심찮게 보였다. 이제 TIL은 흔해졌고 시장의 입장에선 더 이상 예전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깃, 깃헙 사용법이 흔해지면서 이젠 신입에게도 당연시 요구 되듯이 하이어링바가 높아진것이다. 물론 작성하지 않는것 보단 나을 수 있지만 필자는 일반적이기 보다 특별하고 싶었다. 그렇게 필자의 블로그도 누군가의 북마크가 될 수 있는 아티클 위주로 작성 해보고자 했고, 이 영향도 위에서 언급된 롤모델으로 부터 받은 것이다.

아티클을 처음 작성 할 때는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몰랐다. 항상 독자의 입장이기에 꽤 장황한 아티클을 보면 필력이 굉장히 좋고, 실력이 뛰어나 이 정도 글은 하루아침에 작성 되는 글인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글을 작성 해보니 글의 퀄리티는 둘째 치고 최소 2~3주는 걸렸다. TIL은 보통 사전적인 답이 있고, 참고할 자료가 많기 때문에 같은 양이라도 빠르게 작성할 수 있는 반면 생각을 녹여 쓸만한 아티클을 작성 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처음 작성 할 때 보단 익숙하지만 지금도 꽤나 어려운 일이라 느껴진다.

이렇게 정성들여 작성한 글이라면 당연히 높은 조회수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꽤 공들여 작성한 글들이 공개 되었고, 약간의 높은 조회수를 기대했지만 낮은 조회수에 힘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언젠가 입소문을 타 조회수가 높아질 것 이란 기대를 안고 꾸준히 작성 했다. 그렇게 의도치 않은 나름 효자글이 21년 9월 말 경 탄생 하게 되었고, 22년 1월 1일 현재 글을 작성하는 시점 조회수 6000을 돌파하였다. 확실히 인기 있는 글이 되려면 글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트렌디한 글을 작성하는 것도 한 몫 한다는 것이다. 동일한 노력이 들어간다면 흥미로운 주제선정을 통해 조회수를 챙기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또 GA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효자글의 인기와 함께 다른 글의 조회수도 상승곡선을 탄 것이다. 효자글을 진입점으로 함께 읽어본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가 계속 쌓이다 보면 블로그 방문자 행동분석에 대한 포스팅도 꽤나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다.

앞에서 TIL 작성에 비관적인 의견을 작성했지만 TIL을 포스팅 하는 행위의 문제라기 보다 취업을 하기 위한 수단, 도구로 홍보하는 행위를 지적하고자 했던 것이다. 필자 역시 TIL 포스팅은 스스로에게 도움 되는 의미 있는 활동이라 생각해 여전히 노션을 통해 기록 하고 있다. 블로그에 아티클을 작성 하기 시작한 이유는 컴포트존을 벗어난 도전을 통해 성장을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마이리얼트립 합류

코드 리뷰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여행 플랫폼 서비스 회사에 합류하였다. 입사와 동시에 온보딩이 진행되었는데 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었기에 무사히 적응하였다. 이어지는 C Level의 온보딩을 통해 마이리얼트립이 일하는 방식과 비전에 대해 들었고, 어느 정도 공감대가 얼라인 되었다. 풀어 나가야 할 기술적 과제 또한 한 명의 개발자로서 흥미로운 주제였기에 여정을 함께하기 더할나위 없는 시기에 합류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 문화 또는 도메인 및 잔존 코드를 파악하기 위해 코드 리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작성하고자 한다. 코드 리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유는 코드 품질 개선도 있겠지만 리뷰 과정에서 팀 내 코드 컨벤션을 파악하고 얼라인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생각한다. 이는 장기적을 봤을 때 팀의 전체 리소스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성된 PR을 읽으며 좋은 리뷰를 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전사 박수칩시다 채널을 통해 따듯한 보상을 받기도 했다.

slack channel clap

사내 박수칩시다 채널

CI/CD 구축

마이리얼트립을 유저의 입장으로 이용 중에 우연히 발견한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 디자인 시스템을 수정했는데 배포 과정에 불편함을 느꼈다. 곧바로 디자인 시스템 배포 파이프라인 개선 작업을 맡아 진행했다. 간단하게 다음과 같다.

design system deploy flow

배포 워크플로우

버전 정책은 semver 기반으로 작성했고, 커밋을 컨벤셔널하게 작성하여 버전 관리를 하고자 했으나 버전 변경 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선 커밋 메세지를 변경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을 것 같아 Label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선 기획대로 개발이 완료 되었고 별도 모듈으로 관리하던 디자인시스템에 없었던 테스트 과정이 추가되면서 덤프 버전을 생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버전 관리에 규칙이 생겼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던 작업이었다. 과정에 Github custom action을 만드는등 부수 개발이 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지금은 렌터카 쪽 도메인 담당자로 개발하며 TF에 참여해서 다양한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신없이 개발 하다보니 세월유수라는 말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른채 보냈다. 가벼운 복장으로 출근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패딩을 입고 출근하기도 한다. 계절이 변화한 만큼 필자 역시 성장했길 바라고 있다.

마치며

처음으로 회고를 작성해 보았는데 쓰고 보니 글이 길어 인상 깊었던 세 가지에 대해 작성해 보았다. 초안에 약 30% 가량 덜어냄 루비콘 섹션 말미에 멘토가 되겠다고 작성해두었는데 실은 네이버 부스트캠프에서 멘토를 맡아 진행 하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가이드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필자는 지금까지 개발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하드스킬에만 집중했지만 22년에는 하드스킬의 중요도만큼 소프트스킬에 집중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주변에 세 권의 관련 서적을 추천 받았다. 테크니컬 리더, 대체 뭐가 문제야, 함께 자라기 세 권 모두 개인의 성장을 넘어 조직 혹은 동료와의 성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정답이 없는 주제이기에 앞으로 지속적인 고민을 하고자한다.

어느 날 누군가 아티클 블로그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물었다. 아무나 쓸 수 있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똑같은 고민을 먼저 겪었던 경험으로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 시작하세요”

짧지만 강력한 문구이다. TIL 포스팅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작성하다 보면 어려움에도 익숙해져 맷집이 생긴다. TIL은 개념을 정리하고 커뮤니케이션에 올바른 단어를 선택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아티클은 평소 무의식적으로 개발하던 추상적인 습관을 정립 시켜준다. 즉 서로 추구하는 발전 방향이 다르다. TIL에 질려 아티클 쓰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주제부터 결정해보자.

누군가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해를 선택하라면 망설임 없이 2021년을 택할 것이다.